앨라배마와 조지아의 한인 회사나 한국 대기업 법인, 협력사에서 일하다 보면 연중 몇 번씩 뇌리를 강렬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이상한 궁금증이 하나 있습니다.
"아니... 경제 대국인 미국은 왜 이렇게 쉬는 날이 없고, 한국은 왜 저렇게 자주 쉬지?"
미국에 오기 전만 해도 우리는 '미국 직장인 = 여유로운 칼퇴와 눈치없는 휴가'라는 환상을 품고 건너옵니다. 하지만 남부 현장에서 미국 달력과 한국 달력을 동시에 띄워놓고 일하는 순간, 이상과 현실의 거대한 갭을 마주하게 됩니다. 월요일 아침, 한국 본사에 긴급하게 확인할 서류가 있어 이메일을 보내거나 메신저를 쳐봅니다. 하지만 곧바로 날아오는 자동 응답 메시지.
"현재 본사는 '대체공휴일/공휴일' 기간으로 업무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이때부터 우리 남부 직장인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어라? 얼마 전에 설날(혹은 추석)이라고 쉬지 않았나?'
'삼일절에 쉬고, 어린이날에 쉬고, 부처님 오신 날에 쉬고, 광복절에 쉬고, 개천절, 한글날... 거기다 대체공휴일제도까지 생겨서 주말이랑 겹치면 평일에 또 쉬네?'
'심지어 여름에는 회사 전체가 문을 닫는 '여름 휴가' 일주일이 통째로 빠진다고?!'
반면, 눈을 돌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 남부의 달력을 봅니다.
새해 첫날 하루 겨우 쉬고 나면, 메모리얼 데이(5월 말)가 오기 전까지 수개월 동안 공휴일도 없이 지내야 합니다. 다행히 남부 자동차 제조업의 경우 여름 셧다운이 있어서 한주를 쉴 수 있지만, 물론 내 휴가 내고 쉬는거지만, 아무튼 셧다운 이후 Labor Day(9월) 보내고 나면 땡스기빙(11월 말)까지 또 주구장창 일만 해야 합니다.
미국 연방 공휴일이 몇 개 있긴 하지만, 일반 사기업에서는 지정된 7~10일 정도를 제외하면 빨간 날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국 본사 사람들은 "이번에 징검다리 연휴라 5일 연속 쉬네요~" 하며 캠핑을 가거나 해외여행을 떠날 때, 남부 뙤약볕 아래서 무더위와 싸우며 공장을 돌리고 주간 리포트를 쓰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본사가 쉴 때 얻는 '뜻밖의 평화'라는 장점도 있긴 합니다.
본사가 다 같이 휴무에 들어가면 밤낮없이 날아오던 카톡 폭탄과 "지금 당장 자료 보내주세요"라는 긴급 요청이 거짓말처럼 뚝 끊깁니다. 미국 오피스 안에는 정적만이 흐르고, 영문 모를 평화로움 속에서 간만에 서류 정리를 하거나 티타임을 즐기는 '휴식'을 취할 수 있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쉬는 게 아니라 남이 쉬어서 편한 것'일 뿐, 남들 쉴 때 일해야 하는 이민자의 씁쓸함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미국 오면 휴일이 넘쳐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한국 달력의 빨간 날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우리들의 미국 생활...
여러분도 한국 본사나 협력사 쉴 때 부러워해 보신 경험 있으신가요? 아니면 본사가 쉴 때 누리는 그 조용한 평화(?)를 더 즐기시는 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