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와 조지아 I-85 고속도로 라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주변 동료나 지인들이 하나둘짐을 싸서 타 주로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남부 한인 회사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해, 4년+ 넘는 시간 동안 피·땀·눈물을 흘리며 악착같이 버틴 끝에 영주권을 손에 쥐고, 마침내 미국 회사나 타 주의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에 성공하는 '남부 국룰 코스'입니다. 그렇게 먼 길을 떠난 이들이 자리를 잡을 때쯤 안부 전화나 카톡을 돌려보면,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하는 첫마디가 있습니다.
"아... 근데 여기 진짜 심심하고 너무 외롭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파릇파릇(?)했던 시절 남부로 건너와, 영주권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낮없이 구르며 쌓았던 그 유대감은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으니까요. 퇴근 후 주말마다 모여 바비큐를 구워 먹고, 한인 마트 장을 같이 보고, 서로의 서러움을 달래주며 식구처럼 지냈던 그 단단한 네트워크가 타 주에 가니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나이도 어느 정도 차서 새로운 지역으로 가다 보니, 남부에서만큼 깊게 사람들과 친해지기도 쉽지 않습니다. 퇴근하면 정말 나 혼자만의 시간이 덩그러니 남는 것이죠. 듣다 못한 우리가 슬그머니 가장 중요한 핵심 질문을 던집니다.
"야, 그렇게 외롭고 심심하면... 다시 앨라배마(조지아)로 돌아올래?"
그러면 수화기 너머로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런 대답이 날아옵니다.
"어?... 아니,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어."
눈물겨운 감성이 순식간에 파괴되는 현장입니다. 아무리 심심하고 외로워도, 남부를 떠나서 얻은 현실적인 장점들이 그 외로움을 까맣게 잊게 만들 만큼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 비교 불가의 연봉 상승: 이직하는 순간 몸값이 뛰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혜택(Benefits)의 질이 달라집니다.
- 압도적인 인프라: 집 근처에 걸어서 가는 트레이더 조(Trader Joe's)와 홀푸드(Whole Foods)가 있고, 대형 아울렛 몰과 문화생활 인프라가 풍부해 주말의 삶의 질 자체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 천국 같은 회사 생활: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워라밸과 직장 문화입니다. 퇴근 후 연락 끊기는 건 기본이고, 눈치 안 보고 쓰는 휴가, 군대식 위계질서 없는 유연한 환경까지... 타 주로 이직하고 나서 "전 회사보다 일하는 게 더 힘들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과장 조금 보태서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결국 그들의 고백은 "남부가 그립다"기보다는, "청춘을 바쳐 고생했던 그 시절의 우리와, 함께 흘렸던 땀방울이 그립다"는 감상에 가까웠던 셈입니다. 오늘도 타 주로 떠난 옛 동료의 "외롭다"는 엄살에 낚여 "다시 내려오라"며 열을 올리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친구들은 지금 트레이더 조에서 장을 보고, 칼퇴근을 즐기며 아주 잘 살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