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삶의 이치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사실입니다.

고국을 떠나 앨라배마나 조지아의 외딴 타향에 자리를 잡으면, 의지할 곳이라곤 주변 한인들뿐이기에 금세 친한 친구처럼 정을 쌓게 됩니다. 주말마다 함께 바비큐를 구워 먹고, 아이들 등하교를 서로 도와주며, 외로움을 달래주는 둘도 없는 이웃사촌이 되지요. 하지만 그 따뜻함도 잠시,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더 좋은 직장을 찾아 타 주로 이사를 가고, 누군가는 자녀 교육이나 은퇴 후 삶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조만간 또 보자"며 안아주고 헤어지지만, 막상 서로의 일상과 시차가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지고 잊히는 것이 미국 삶의 현실입니다.


그 과정에서 가족의 결속력은 단단해지지만, 한편으로는 "결국 가까이 있을 때만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관계인가" 하는 마음이 드는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내 삶에 단단하게 뿌리내려준 ‘고마운 친구들’이 있습니다. 타 주로 이사를 가서 수천 마일이 떨어져 있든, 한국으로 완전히 귀국해 시차가 반대로 돌아가든, 아니면 오랫동안 알고지낸 초중고 또는 대학교 친구든지, 명절이나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먼저 안부 카톡을 보내오는 사람들입니다.

"친구야, 한국은 명절인데 미국에서 별일없이 잘 지내고 있나?"

"형님/언니, 앨라배마 하늘이 그립네요. 추석인데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특별한 부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만나지 못해 거리감이 생길 법도 한데, 명절 때마다 잊지 않고 내 이름을 기억해 주는 사람들. 매일 마주치는 이웃도 물론 좋지만, 시공간을 넘어 꾸준히 이어지는 이 인연들이야말로 팍팍한 타향살이 아니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진짜 자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추석 명절, 바쁜 일상과 '나중에 해야지'라는 핑계로 그동안 안부 연락을 미뤄왔던 그 친구들에게 먼저 카톡 하나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대단한 긴 글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잘 지내지? 이번 추석 명절 가족들과 풍성하게 잘 보내고, 늘 건강해라!" 그 따뜻한 한 마디에,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는 마음이 전해져 서로의 한가위가 더욱 풍성해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