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본 이야기는 재미와 극적인 몰입을 위해 과장과 양념이 섞여 있습니다. 진지함은 잠시 내려놓고 감상해 주세요!)

앨라배마와 조지아 I-85 고속도로 라인에 살다 보면 정말 별의별 영주권 썰을 다 듣게 됩니다. 스폰서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았네, 서류 오딧에 걸려 2년이 날아갔네, 핑거 프린트를 찍고 1년 넘게 소식이 없네... 그중에서도 오늘 풀어볼 이야기는 밤마다 남부 직장인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아주 현실적이고 오싹한 '영주권 이직 괴담'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우리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남들은 운 좋으면 3년 만에도 척척 받는 영주권이건만, 이상하게 이 엔지니어는 머피의 법칙처럼 모든 조건이 꼬여만 갔습니다. 이민국 정책이 바뀔 때마다 펜딩(Pending)의 늪에 빠지며 무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린 것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회사의 간판도 새로 바뀔 시간입니다. 그 긴 세월 동안 엔지니어는 청춘을 바쳐 주말 오버타임을 뛰며, 회사의 볼꼴 못볼꼴을 다 견뎌냈습니다. 영주권 진행 중이라는 족쇄 때문에 군말 없이 열심히 일했던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기적처럼 그 초록초록한 영주권 카드가 우체통에 꽂혔습니다! 엔지니어는 만세를 불렀고, 주변 동료들도 드디어 끝났다며 함께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하지만 영주권 수속의 암묵적인 국룰이 있죠. 받자마자 바로 이직하면 나중에 시민권 신청할 때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소문에, 엔지니어는 영주권을 받고 6개월을 더 일하며 평소와 같이 조용히 일을 했습니다. 10년에 6개월을 더했으니, 무려 10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한 회사에서 다닌 셈입니다.


이제 당당히 자신의 가치를 찾아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할 때가 되었습니다. 엔지니어는 긴장되는 마음으로 매니저 방의 문을 똑똑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미국 남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퇴사의 시그니처 멘트를 외쳤습니다.

"매니저님. 혹시 잠시 면담 가능할까요?"


그 순간, 매니저 방 안의 공기가 차갑게 식으며 조명이 번쩍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엔지니어가 준비해 온 퇴사 멘트를 던지자, 매니저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던진 첫마디.

"아니 엔지니어씨... 영주권 나오자마자 바로 이렇게 그만두는 거야!?"

...네??? 순간 엔지니어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라든지 아니면 "이직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예상 질문과 달리, "영주권 나오자마자 그만두는 거야?"라니요.


매니저의 기억 속에서 엔지니어가 지난 10년 동안 바친 땀과 눈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매니저의 기적의 논리대로라면, 엔지니어는 회사에 고작 6개월 일하러 들어왔다가 영주권 꿀만 쪽 빨아먹고 도망치는 먹튀 직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10년 동안 주말에도 나가 일하고, 억울한 일 당해도 웃으며 견뎠던 그 수천 일의 세월은 대체 어디로 증발한 걸까요? 10년이라는 세월을 어떻게 계산해야 '영주권 나오자마자 튀는 놈'이 될 수 있는지 미스터리입니다. 이쯤 되면 영주권 카드가 발급되는 순간 매니저의 기억력이 리셋되는 남부 회사 특유의 현상인지, 아니면 직원을 평생 묶어두고 싶었던 상사의 미련이었는지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오늘도 I-85 고속도로를 달리며 영주권을 기다리는 수많은 남부 직장인 여러분, 영주권 카드가 우체통에 들어오는 순간 여러분의 지난 10년 경력은 상사의 머릿속에서 0일로 리셋될지도 모릅니다. 훗날 퇴사 면담하러 들어가실 때는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