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나 조지아에 살다 보면 일 년에 한두 번쯤 꼭 마음에 바람이 분다. "미국까지 왔는데 마이애미, 키웨스트 한번 가봐야 하지 않겠어?"


인스타에서 보던 그 야자수 흐드러진 오션 드라이브, 세븐마일 브릿지를 건너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미국 최남단 세우던 스팟... 남부 거주민으로서 한 번쯤은 그 멀고 긴 로드트립의 로망에 이끌려 차를 몰고 플로리다 남쪽 끝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마이애미와 키웨스트를 직접 다녀오면서 뼈저리게 깨달은 솔직한 결론이 하나 있다.


"다른 이유 다 빼고, 오직 '바다'와 '휴양'을 위해서라면 마이애미까지 갈 필요가 진짜 단 1도 없다."


마이애미? 차는 미친 듯이 막히고, 정작 남쪽 끝 키웨스트까지 가보면 분위기는 감성적일지 몰라도, 우리가 상상하는 미친듯히 깨끗하고 넓은 모래사장을 기대했다간 은근히 좁고 돌이 많아 실망하기 십상이다. 왕복 20시간 넘게 운전대를 잡고 피로에 지쳐 가며 내가 이 돈과 시간을 들여서 여기까지 왜 왔지?"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이미 미국 전체를 통틀어도 감히 최고라 부를 수 있는 바다가 훨씬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데스틴(Destin)과 파나마시티 비치(Panama City Beach, PCB)다.


조지아나 앨라배마에서 차 몰고 딱 4~5시간. I-85나 I-65를 타다가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거짓말처럼 펼쳐지는 그 에메랄드빛 바다와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하얀 모래사장. 이건 단순히 가까워서 좋다 수준이 아니다. 서부의 칼바람 부는 차가운 태평양 바다나 동부의 칙칙하고 거친 대서양 바다와는 차원이 다른, 미국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해변이다.


남부 거주민의 최고 치트키는 다른 게 아니다. 마이애미 비싼 호텔값의 절반으로 파나마시티 비치나 데스틴에 있는 Beachfront(비치프론트) 콘도나 호텔을 하나 예약하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테라스 문을 열면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10초만 걸어가면 발가락 사이로 스르륵 빠져나가는 하얀 모래를 밟을 수 있다. 파라솔 하나 펴 놓고 아이들은 모래놀이하고, 어른들은 시원한 음료 한 잔 마시며 파도 소리를 듣는 것. 이게 진짜 휴양이고 여행이다.


마이애미의 화려한 클럽 문화나 키웨스트의 힙한 거리를 구경하고 싶은 게 아니라,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바다를 보고 쉬고 싶은 거라면 고민할 이유가 없다.


더 이상 왕복 20시간 고속도로 위에서 체력을 쏟아붓지 말자. 그냥 입 다물고 4시간 운전해서 데스틴이나 파나마시티 비치로 달려가 비치프론트 방을 잡자. 우리는 이미 미국 최고 수준의 해변을 마당처럼 누릴 수 있는 특권을 가진 동네에 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