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인 회사에서 K직장인으로 10년 넘게 구르며 피 말리는 영주권 레이스를 완주해 본 사람으로서,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고침을 누르며 이민국(USCIS) 웹사이트를 노려보고 있을 동지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점심시간이나 회식 자리에서 영주권 진행 중인 직장인들이 모이면 단골로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있다. "아휴, 내가 진짜 영주권만 손에 들어오면 이놈의 회사 당장 때려친다!" 아니면 "당장 때려치우고 그냥 속 편하게 우버나 뛰면서 천천히 이직 자리 알아본다"라며 비장한 출사표를 던지곤 한다. 우리가 상사의 말도 안 되는 지시나 야근을 견디는 이유는 오직 하나, 바로 신분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주권 심사 기간은 마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시간이다. 즐거운 주말은 1초 만에 지나가는데, 영주권 서류 결재를 기다리는 시간은 1분이 1년처럼 느껴지니까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흥미로운 아이러니가 있다. 그토록 이를 갈며 "영주권 수령 = 즉각 퇴사"를 외치던 사람들이, 막상 우편함에서 그 초록색 카드를 꺼내 들고 나면 귀신같이 조용해진다는 것이다. 다음 날 당장 사장님 면전에 사표를 날리고 우버라도 뛸 것 같았던 우리들은, 놀랍게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 심지어 은은한 미소까지 머금고 업무를 본다.


도대체 왜 그럴까? 하룻밤새 회사가 천국으로 변해서가 아니다. 마음속에 '이제는 내가 원하면 언제든 내 발로 나갈 수 있다'는 무기가 장착되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그만두고 싶어도 신분 때문에 못 그만두는' 억울함과 무력감이 회사에 대한 분노의 8할을 차지했다면, 이제는 '내일이라도 짐 쌀 수 있지만, 일단 지금은 다닌다'는 묘한 주도권이 생겨버린 것이다. 이 마음의 여유는 신기하게도 그동안 회사에 가져온 불만을 눈 녹듯 사라지게 만든다. 오히려 꼴 보기 싫던 불합리한 시스템을 마주하면 핏대를 세우며 욕하는 대신,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낫지 않나?"라며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상황을 바꾸려는 여유와 관대함까지 부리게 된다.


영주권을 기다리는 그 답답하고 기나긴 시간 동안, 만약 우리가 이미 영주권을 받은 후의 그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미리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그런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는 건, 원효대사님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사람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뻔한 옛말이, 이 힘든 타국 생활과 영주권 프로세스에서도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진리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다.


오늘도 'Case Was Received'에서 멈춰 있는 화면을 보며 한숨짓고 있을 당신, 조금만 더 버티자. 당신의 마음속에 그린카드라는 마법의 카드가 장착되는 그날, 그렇게 밉상이던 직장 상사마저 이제는 짠하게 보이는 놀라운 기적을 반드시 경험하게 될 테니까. 바로 그날까지 우리 직장인 분들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