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와 앨라배마를 오가며 이 남부 땅에서 구른 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어가다 보니, 가끔은 지나간 옛 시절이 몽글몽글하게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물론 지나간 과거는 뇌에서 자체적으로 미화 필터를 돌린다는 점, 감안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ㅎㅎ) 앨라배마 생활의 수많은 단점(?)들은 일단 뒤로하고, 개인적으로 바로 옆에 위치한 조지아(웨스트포인트, 라그랑지, 뉴난 등)와 비교했을 때도 앨라배마만의 가장 큰 차별점이 무엇이었나 꼽아보자면 단연코 활발한 또래 모임이었습니다.

지금은 다들 흩어져서 현재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창 젊은 시절을 보내던 그때 그 시절 앨라배마의 분위기는 이랬습니다.

1. "할 게 없어서(?) 뭉친다"

다들 대학 졸업하고 첫 직장을 구하러, 혹은 비자 스폰서를 찾아서 또는 J1 인턴으로 앨라배마 깡촌(?)으로 모여들었잖아요? 타지에서 온 젊은 청춘들이 퇴근하고 딱히 갈 곳도, 할 것도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 뭉치게 됩니다. 가까운 조지아만 해도 사실 애틀랜타라는 거대한 인프라도 있고 각자 라이프스타일이 분산되는 느낌인데, 앨라배마는 주말 저녁이면 삼삼오오 아지트에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는 게 완벽한 일상이었습니다. 여름이나 겨울 공장 셧다운(Shutdown) 기간이 오면 그 멤버 그대로 차를 타고 가거나 비행기를 타고 미국 전역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고요.

2. 한국식 동기 문화의 미국 패치 버전이랄까?

저는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은 없지만, 한국 기업의 동기 모임 문화가 아마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비슷한 나이대의 남녀가 모이다 보니 그 안에서 연애하는 커플도 나오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매일 쏟아졌죠. 재미있는 건 회사 입장에서도 이 모임을 은근히 장려한다는 겁니다. 타지 생활에 외로워하다가 퇴사하는 것보다, 자기들끼리 끈끈해져서 회사에 정을 붙이는 게 이득이니까요. 또 사석에서 형, 동생 하며 친해진 타 부서 직원들끼리는 업무 협조도 훨씬 스무스하게 돌아가는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었고요.

3. 뚜렷한 세대 분리 (골프/낚시 vs 술/여행)

물론 이 모임들은 철저히 젊은 친구들 위주로 돌아갔습니다. 싱글이여도 나이가 어느 정도 있거나 가정이 있는 매니저 급들은 주말이면 약속이나 한 듯이 골프 모임이나 낚시 모임으로 빠지셨죠. 이렇게 세대별로 확실하게 노는 물이 분리되어 있던 것도 앨라배마 특유의 평화로운 생태계(?)였던 것 같습니다.


다들 흩어진 지금, 돌이켜보면...

지금은 그 시절 뻔질나게 모여 놀던 친구들 대부분이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다른 주로 이직도 하고, 결혼해서 각자의 삶을 살며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앨라배마 생활에 불편하고 척박한 단점들도 참 많았지만, 적어도 그 시절만큼은 타지 생활의 외로움을 잊게 해 준 뜨거운 전우애가 있었습니다. 매주 주말을 꽉 채워 놀고 여행 다녔던 그 에너지 넘치던 시절이 가끔은 그립네요.

여러분들의 앨라배마, 혹은 남부 직장 생활의 첫 추억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