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현업에서 데이터를 다루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 깊은 곳에서 피어올랐을, 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아주 순수한(?) 궁금증을 하나 꺼내 보려고 합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일반적인 시스템 UI나 대시보드에서는 도저히 뽑을 수 없는 날것의 로우 데이터(Raw Data)가 절실하게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특이한 불량 건에 대한 전후방 추적을 하거나, 복잡한 이상 징후를 분석하기 위해 직접 데이터를 넣어야 할 때가 꼭 생기니까요.
이럴 때 우리는 보통 IT 팀의 문을 두드립니다. 사실 IT 부서 중 인프라인지, 데이터베이스(DB) 관리인지, 시스템 운영 팀인지 정확히 누가 담당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요청을 넣습니다. 그런데 이 요청을 넣는 순간부터 기묘한 스트레스와 핑퐁 게임이 시작됩니다.
1. 권한을 안 주니까 요청하지!
데이터가 당장 필요한 현업 입장에서는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사실 우리가 DB 구조를 아는 것도 아니고 접속 권한도 없으니 얌전히 요청을 하고 기다리긴 합니다만, 속으로는 그냥 데이터베이스 접속해서 SQL 몇 줄 짜서 돌리면 끝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요청 메일을 보내면 즉시 처리해 주기는커녕, 무슨 세관 직원마저 울고 갈 수준의 까다로운 질문 세례가 시작됩니다.
2. 데이터를 달랬더니 청문회를 여는 IT 팀의 단골 멘트
- "이 데이터가 왜 필요한가요? 목적을 알려주세요."
- "요청하신 데이터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정확히 어떤 컬럼(Column)과 어떤 기간의 상세 데이터가 필요한지 좁혀주세요."
- "시스템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레포트 기능은 확인해 보셨나요? 제대로 확인해 보고 요청하신 거 맞나요?"
이메일이 대여섯 번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시간은 며칠씩 흐르고, 당장 데이터를 깎아서 분석 보고를 해야 하는 현업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이쯤 되면 뇌리를 스치는 아주 근본적인 의문이 생깁니다.
"아니... 그냥 DB 접속해서 쿼리(Query) 몇 줄 넣고, 나온 결과값 엑셀로 저장해서 첨부파일로 띡 보내주면 끝나는 거 아닌가?
3. 그들이 뜸을 들이는 비하인드 스토리 (진짜 이유가 뭘까?)
나름대로 주워들은 IT 팀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 첫째, 쿼리 잘못 돌렸다가 공장 멈출까 봐: 현업 담당자가 무심코 "에라 모르겠다, 5년 치 생산 이력 데이터 다 뽑아줘!" 하고 던진 쿼리가 수백만 건의 대형 DB를 건드리는 순간, 메인 서버 CPU가 100%를 찍으며 뻗어버릴 수 있다고 합니다. 실시간으로 기계 바코드를 찍고 제품을 출하해야 하는 전체 생산 라인(MES/ERP)이 마비되는 대참사를 막기 위해, 쿼리 하나도 검증하느라 뜸을 들인다는 겁니다. 생산라인이 멈추면 대참사이기 때문에 이런 이유라면 완전 이해가능.
- 둘째, 보안 규정과 감사의 노예들이라: 특히 보안이나 IT 감사가 깐깐한 곳들은 데이터 유출에 예민하죠. "요청해서 엑셀로 그냥 보내줬는데요?" 했다가 나중에 데이터 유출 사고라도 나면 독박을 쓰기 때문에, "왜 이 데이터를 추출해서 밖으로 내보냈는지"에 대한 명분을 남기려고 그렇게 캐묻는다고 하네요.
진짜 궁금해서 묻습니다.
혹시 IT나 데이터 인프라 쪽에서 일하시는 분 계시면 속 시원하게 말씀 좀 해주세요. 저런 이유들 때문에 정말로 시스템상 거쳐야 할 검증 절차가 복잡해서 늦어지는 건가요? 아니면 현업에서 자꾸 로우 데이터 빼달라고 귀찮게 구니까 일부러 방어벽을 높게 치시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