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나 앨라배마 지역으로 주재원 발령을 받으셨거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갓 입국하신 분들이 정착 초기 가장 많이 하시는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차를 꼭 두 대나 사야 할까? 일단 한 대로 버텨볼까?입니다. 미국 중고차 가격도 예전 같지 않고, 보험료에 유지비까지 생각하면 '출퇴근할 때 같이 타고, 주말에 같이 장 보면 되지!'라는 합리적인 계산이 서기 마련이죠.

하지만 조지아·앨라배마 로컬 주민으로서, 그리고 수많은 정착민의 시행착오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단호하게 말씀드립니다. 성인이라면 무조건 1인 1차가 정답입니다. 차 한 대로 버티는 순간, 미국의 낭만은 사라지고 독방 없는 감옥 생활이 시작될 수 있거든요. 왜 미국 정착에서 성인당 차량 1대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기본 공식인지, 흥미로운 현실 이야기들을 풀어봅니다.

1. 미국에서 차가 없다는 것 = 걸어 다닐 권리를 잃는 것

한국에서는 차가 없어도 지하철, 버스, 택시가 있고, 심지어 집 앞 편의점이나 마트는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조지아와 앨라배마는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여기는 집 앞 마트에 우유 한 팩을 사러 가려고 해도 차로 10~15분을 달려야 하는 곳입니다. 기본적으로 '보행자 도로(Sidewalk)' 자체가 없는 구역이 허다합니다. 즉, 차가 없으면 물리적으로 이동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미국에서 기름값이 조금만 올라도 온 나라가 들썩이고 대통령 지지율이 휘청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인들에게 자동차는 취미나 부의 상징이 아니라, 걸어 다닐 수 없는 땅에서 내 다리를 대신해 주는 '생존 필수품'이기 때문입니다.

2. 주부 우재원(주재원+우울증)의 시작, 차 1대의 비극

부부 중 한 명이 출퇴근을 위해 아침에 차를 가지고 나가면, 집에 남겨진 배우자는 그 순간부터 집이라는 거대한 섬에 고립됩니다.

  1. 아침에 커피 한잔하러 스타벅스에 가고 싶어도 못 갑니다.
  2. 가볍게 동네 근처 마트나 타겟(Target) 구경을 가고 싶어도 갈 방법이 없습니다.
  3. 몸이 갑자기 아프거나 급한 일이 생겨도 남편이나 아내의 퇴근 시간만 목 빠지게 기다려야 합니다.

우버 타면 되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다운타운이 아닌 외곽 주택가나 앨라배마의 공장 인근 지역은 우버가 잘 잡히지도 않을뿐더러, 몇 번만 왔다 갔다 해도 한 달 차 할부금만큼의 비용이 깨집니다. 결국 집에만 갇혀 지내다 보면 서서히 미국 생활에 회의감이 들고 우울증이 찾아오기 쉽습니다.

3. 돈 아끼려다 시간과 부부금슬을 잃었습니다

차 한 대로 두 사람의 스케일을 맞추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 소모입니다. 한 사람이 퇴근할 때까지 다른 한 사람은 마트 주차장이나 회사 로비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고, 약속이라도 하나 생기면 서로의 동선을 짜느라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양보하면서 타면 되지" 했던 마음이, 6개월만 지나면 "나 오늘 마트 가야 하는데 왜 차 안 두고 가?", "나 오늘 야근인데 넌 어떻게 집에 갈래?" 같은 사소한 말다툼으로 번지기 십상입니다. 차량 유지비를 아끼려다 서로의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게 되는 셈이죠.


미국 정착 초기에 예산이 타이트하다면, 무리해서 새 차 두 대를 살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1. 한 대는 메인 카로 안전하고 튼튼한 준중형 이상의 SUV나 세단을 구매하시고,
  2. 나머지 한 대는 동네 마트 장보기용, 동네 마실용으로 부서져도(?) 마음 편한 가성비 좋은 일본계 중고 세단(혼다 시빅, 토요타 코롤라 등)을 구비하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돈 몇백 불 아끼는 것보다, 내 배우자가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언제든 원할 때 자유롭게 밖으로 나가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자유를 선물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투자입니다. 미국 정착을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 현명한 차량 세팅으로 활력 넘치고 시원한 미국 생활을 시작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