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로컬 도로 위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혹은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교통사고와 그 이후의 대처 방식에 대해 조금은 결이 다른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합니다. 미국 생활의 단면을 보여주는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깊이 생각해 볼 만한 주제입니다.
1. 미국 교통사고 처리의 암묵적 룰과 변호사 선임
고속도로(I-85 등)에서의 대형 사고는 절대 일어나선 안 되겠지만, 출퇴근길이나 마트 가는 로컬 도로에서의 크고 작은 접촉 사고는 우리 모두 한두 번쯤 직간접적으로 겪게 되는 일상적인 위험입니다.
미국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기본 매뉴얼은 명확합니다. 경찰을 불러 폴리스 리포트를 작성하고, 보험사에 클레임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한국과는 사뭇 다른, 미국만의 독특한 절차가 시작됩니다. 바로 교통사고 상해 변호사(Personal Injury Lawyer)를 선임하는 과정입니다.
사고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변호사를 선임하여 병원 치료를 받고, 훗날 케이스가 종결되면 보상금을 변호사 1/3, 병원 1/3, 그리고 피해자 본인 1/3로 나누어 가지는 공식은 이민 사회에서도 일종의 상식처럼 퍼져 있습니다. 물론 사고로 인해 물리적, 정신적 피해를 보았고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니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이 시스템 자체를 비판하거나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2. 어느 미국인 친구의 다른 선택
그런데 최근 한 미국인 친구가 교통사고 피해를 당했을 때 보여준 대처는 제게 신선한 충격과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었습니다.
그 친구는 명백한 피해자였고, 가해 차량의 운전자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공식대로라면 변호사를 선임하고, 병원을 다니며, 위자료를 포함한 보상금을 받아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굳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습니다. 본인이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상대방의 팍팍한 상황을 뻔히 알면서 굳이 시스템을 이용해 저 사람을 더 곤란한 지경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최소한의 차량 수리를 위한 기본 보험 처리만으로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 지었습니다.
3. 우리가 마주한 권리와 배려의 경계선
저 역시 과거에 교통사고를 경험했을 때, 사실 그때는 시스템을 잘 몰라 변호사를 선임하지는 않았지만 주변을 보면 '이게 꽤 일반적인 일이구나. 나도 만약 다시 사고를 당하면 무조건 변호사부터 찾아야겠다'라고 막연히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렇기에 이 일화가 저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꽤 컸습니다. 자본주의의 최전선인 미국 사회에서는 가질 수 있는 권리와 보상을 받아내는 것이 현명한 처세술로 여겨집니다. 변호사를 선임해 합의금을 받아내는 것 역시 내 지갑을 채워주는 합법적이고 달콤한 선택지임이 분명하죠.
하지만 이 미국인 친구의 행동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늘 최선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상대방의 상황을 헤아리고, 굳이 내 몫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타인의 삶을 옥죄지 않는 선에서 멈출 줄 아는 것.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여유이자, 상대방을 향한 조용한 배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억울하게 다치고 손해를 입었다면 철저하게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가벼운 사고에서조차 조건반사적으로 변호사 번호부터 누르고 합의금 계산기를 두드리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한 번쯤은 되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권리를 당당히 누리는 것과, 상황에 따라 자비와 배려를 베푸는 여유.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오늘 하루, 운전대를 잡으며 한 번쯤 조용히 생각해 볼 만한 화두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