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번(Auburn)에 10년을 살면서도 굳이 발걸음 하지 않았던 곳. 바로 어번 대학교의 풋볼 경기장입니다. 이번에 열린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의 친선 경기를 핑계 삼아 처음으로 그곳에 방문하게 되었고, 솔직한 심정은 어번에 살 때 진작 와볼걸 하는 짙은 후회였습니다. 경기장 게이트를 통과해 처음 관중석 쪽으로 시야가 트이던 순간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마치 처음 그랜드 캐년을 마주했을 때처럼, 비현실적인 규모와 거대한 공간감에 일순간 눈이 적응하지 못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장관이었습니다.

무려 88,000명이라는 엄청난 인원이 뿜어내는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웅장한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한마음으로 함성을 지르며 다 같이 응원하는 모습을 한가운데서 지켜보고 있자니, 온몸에 소름이 쫙 돋을 만큼 찌릿한 에너지가 전해졌습니다. 친선 경기의 열기도 이토록 강렬한데, 만약 앨라배마 대학교와의 라이벌전 같은 굵직한 빅경기가 열리는 날이라면 그 거대한 콜로세움이 만들어낼 폭발적인 아드레날린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어번에 거주하고 계시거나, 혹은 이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께 지난 10년의 아쉬움을 담아 강력히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어번대와 앨라배마대의 경기 같은 빅매치가 있는 날이라면 무조건, 주저하지 말고 꼭 한 번쯤은 경기장에 직접 가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남부 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가슴 뛰고 경이로운 순간을 바로 동네 경기장에서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오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