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와 조지아에 살면서 직장, 집, 자동차, 영주권 등 다양한 현실적인 고민을 나누지만, 정작 사람들이 밖으로 쉽게 꺼내지 못하는 가장 크고 무거운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남부 한인 사회의 연애와 결혼 문제입니다. 이곳은 훌륭한 일자리와 안정적인 생활 환경을 제공하지만, 2030 청년들에게는 구조적으로 다가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1. 앨라배마·조지아 제조업 지대 특유의 남초 현상

이 지역(앨라배마부터 조지아 외곽 지역)은 거대한 자동차 공장과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모여 있는 명실상부한 남부 제조업 허브입니다. 산업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남성 직원들의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애초에 동년배의 미혼 여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출발점입니다. 특히 이곳에서 자란 분들이 아니라 타주나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라면, 새로운 인연을 맺을 기회를 찾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2. 영주권 수속과 함께 훌쩍 지나버리는 2030의 시간

미국 정착을 결심한 청년들의 평범한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이러한 현실은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1. [시작] 26~28세: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을 졸업한 뒤, 꿈을 안고 앨라배마나 조지아로 넘어와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합니다.
  2. [기다림] 4~6년의 수속: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이제 영주권 스폰서를 받고 수속에 들어갑니다. 이 과정이 아무 문제없이 착착 진행되어도 보통은 4~5년이 걸리며, 중간에 서류 문제가 꼬이면 그 이상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3. [현실] 32~34세+: 매일 맘 졸이며 기다리던 영주권이 마침내 손에 들어오는 베스트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어느덧 30대 초중반이 됩니다.

앨라배마 조지아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연애도 하고 취미 생활도 즐겨야 할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눈부신 시기가, 영주권 기다림이라는 인고의 시간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미뤄지거나 훌쩍 지나가 버리기 쉽다는 점입니다.

3. '일-집-일-집'의 성실한 반복, 그리고 30대 중후반

이런 시간 속에서 우리의 삶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처음에는 타지 생활에 적응하고, 익숙해지면 마음 맞는 직장 동료들과 어울려 여행도 가며 영주권을 기다립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의 생활은 어느새 '일 - 집 - 일 - 집'이라는 지극히 건전하지만 단조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평일에는 퇴근하고 헬스장에 갔다가 밥을 먹고, 주말에는 직장 생활을 하며 친해진 친구들과 술 한잔 한다던가 애틀랜타로 장을 보러 가는 것이 주된 일과가 됩니다. 이성을 만날 절대적인 기회나 공간이 부족한 환경 속에서 앞만 보고 성실하게 달리다 보면 어느새 30대 중반을 맞이하게 됩니다. 영주권을 받은 이후에도 다른 지역으로 이직을 하다보면 금방 30대 후반 40대 초반이 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직장 번듯하고, 저축도 잘하고, 인성도 좋은 분들인데 싱글로 지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글을 통해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것이 결코 개인의 매력이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어서 생기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저 자신의 청춘과 시간을 담보로 낯선 땅에서 치열하게 기반을 다지느라 헌신했을 뿐입니다. 단지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과 기회가 이 남부의 산업 환경 속에 턱없이 부족했을 뿐입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온 우리 지역의 청년들이 구조적인 외로움 속에서 고민하지 않도록, 우리 한인 직장인들 영업이익 10% 달라고 하지도 않고 주는대로 받는데 회사차원에서 소소하게 미팅이라도 지원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농담반 진담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