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가정을 꾸려가는 이민 1세대라면 누구나 고민하게 되는 가장 본질적이고 무거운 질문인 것 같아요. 스티븐 연 같은 교포 2세들조차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는 걸 보면, 이 과정이 아마도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부모가 "너는 한국인이야" 혹은 "너는 미국인이야"라고 정해 주는 이분법적인 접근은 아이들에게 더 큰 혼란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이의 정체성을 단단하게 키워 주기 위해 이런 방향은 어떨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1. 이분법의 함정: Korean-American이라는 제3의 정체성

종종 우리가 하게 되는 실수 중 하나가 정체성을 100점 만점의 파이 차트로 생각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미국인 50% + 한국인 50% 같은 식의 접근 말이죠. 하지만 2세들의 정체성은 어느 한쪽을 덜어내야 다른 쪽이 채워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들은 온전한 100%의 미국인이자, 동시에 온전한 100%의 한국계 혈통을 가진 Korean-American(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완전히 독립적이고 새로운 제3의 정체성을 가진 존재들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아이에게 너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어디에 더 속해야 한다는 압박을 주지 않는 것이 어쩌면 교육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뿌리를 심어주는 현명한 교육

  1. 소속감은 미국, 자부심은 한국: 현실적으로 아이가 교육을 받고, 직업을 구하고, 세금을 내며 살아갈 토양은 미국이잖아요. 따라서 너는 자랑스러운 미국 시민이라는 확실한 소속감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동시에 너를 있게 한 깊고 단단한 뿌리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있다는 사실을 자부심으로 연결해 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뿌리가 없는 나무는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으니까요.
  2. 강요가 아닌 일상 속의 스며듦: "너는 한국인이니 한국어를 완벽하게 해야 해"라는 훈계는 오히려 반발심을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주말에 가족이 함께 모여 비빔밥이나 한국식 양념치킨을 나눠 먹는 일상, 거실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정서가 담긴 예절을 배우는 시간들이 훨씬 더 강력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어요. 문화는 머리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오감으로 체득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3. 방황을 당연한 권리로 인정하기: 사춘기가 되면 백인이나 흑인 주류 커뮤니티에 끼기 위해 한국적인 것을 촌스럽다고 거부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이른바 방황의 시기를 겪을 확률이 꽤 높다고 들었어요. 이때 부모가 서운해하거나 다그치기보다는, 네가 겪는 혼란은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묵묵히 기다려 주는 휴식처(Sweet Home Alabama)가 되어 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3. 궁극적인 교육의 목표는 연결

결국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두 가지 배경을 모두 긍정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먼 훗날 아이가 훌쩍 컸을 때, 온 가족이 함께 서울 같은 한국의 도시로 여행을 떠나는 날을 상상해 봅니다. 그곳의 풍경과 냄새를 마주했을 때, 아이가 한국을 그저 낯선 외국이 아니라 내 부모님의 고향이자 나를 이루는 소중한 일부분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그것이 1세대 부모로서 해낼 수 있는 가장 성공적인 정체성 교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