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와 조지아의 자동차 부품 생태계에서 이직이나 구직을 하려고 게시판을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답답하고 궁금해지는 부분이죠!
"아니, 회사 이름을 당당하게 말해주고 사람을 뽑지, 왜 맨날 '1차 벤더', '2차 협력사'라고 숨바꼭질을 할까?"
저 역시도 항상 궁금했던 부분인데요. 개인적으로 여기에는 남부 자동차 제조업 특유의 생태계와 채용 시장의 현실적인 이유들이 숨어 있는것 같더라고요. 그 속사정을 한번 분석해보았습니다.
1. 헤드헌팅 업체의 수수료 방어 (가장 큰 이유)
이런 블라인드 공고의 80% 이상은 해당 회사의 인사팀이 직접 올리는 것이 아니라, 외부 채용 대행사(헤드헌터)가 올리는 글인 경우가 많습니다.
- 직접 지원 방지: 만약 헤드헌터가 A회사에서 PE엔지니어를 뽑습니다라고 이름을 공개해 버리면, 구직자들은 헤드헌터를 거치지 않고 A회사 홈페이지나 링크드인으로 직접 지원해 버리겠죠.
- 커미션 보호: 헤드헌터는 지원자를 회사에 연결해 주고 연봉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게 됩니다. 구직자가 이력서를 자신들에게 먼저 제출하게 만들려고 회사 이름을 숨기는 생존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2. 평판 관리와 눈치 싸움
아시다시피 앨라배마/조지아의 한인 벤더 업계는 한 다리 건너면 누가 어디로 이직했는지 다 아는 좁은 사회입니다.
- 퇴사율 숨기기: 특정 회사가 특정 직무(예: 품질, 보전, 회계 등) 공고를 1년 내내 실명으로 올린다고 가정해 보세요. 카톡방에서는 "저 회사는 사람이 안뽑히나보다. 아니면 또 퇴사했나보다"라고 소문이 퍼지기 십상이니 회사 입장에서는 좋을 게 없겠죠.
- 타사 인력 빼오기 눈치: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벤더들끼리는 서로 인력을 뺏고 빼앗기는 전쟁터 같을 것입니다. 실명으로 대놓고 "파격 대우, 연봉 인상!"을 외치며 사람을 구하면 주변 협력사들의 상도덕 눈총을 받을 수도 있어서 조용히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3. 티어(Tier) 자체가 회사의 체급
우리 동네에서는 회사 이름보다는 어느 완성차와 직접 거래를 하느냐 마느냐가 회사의 규모, 복지, 연봉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처럼 되고는 합니다.
- 1차 협력사 (Tier 1): 완성차 공장에 부품을 직납하는 곳. 규모가 크고 연봉과 복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비자/영주권 스폰서가 확실함.
- 2차 협력사 (Tier 2): 1차 벤더에 부품을 납품하는 곳. 규모가 다소 작고 업무 강도가 높을 수 있음.
- 구직자 입장에서도 회사 이름은 모르더라도 "앨라배마, 조지아 1차 벤더"라는 타이틀만 보면 그래도 대략적인 연봉 밴드와 회사의 체급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암묵적인 등급표처럼 쓰이는 느낌입니다.
4. 내부 직원들 모르게 진행하는 극비 채용
가끔은 회사 내부의 기존 직원들에게 채용 사실을 숨기기 위해 블라인드 공고를 내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 대체자 구하기: 성과가 안 좋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을 내보내기 전에, 그 사람 모르게 후임자를 먼저 세팅해 두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 연봉 테이블 보안: 기존 직원들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주고 외부 에이스를 스카우트하려 할 때, 사내 위화감 조성을 막기 위해 익명으로 연봉 협상을 먼저 진행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1차 벤더 구인이라는 익명 공고 뒤에는 채용 대행사의 수익 구조, 동종 업계의 평판, 그리고 우리 남부 자동차 벨트만의 독특한 생태계가 꽤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속 시원하게 다 까고 구인구직을 하면 참 좋겠지만 세상살이가 늘 그렇듯 우리 동네만의 독특한 방식이라고 보시면 편할 것 같네요.
(※ 특정 기업이나 헤드헌팅 업체를 비방할 목적이 전혀 없으며, 우리 지역 채용 시장의 일반적인 트렌드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유쾌하게 읽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