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받기 전에는 그거 하나만 있으면 세상 다 가질 것 같지? 막상 받아보면 별거 없어.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선 거야."
미국 남부에서 팍팍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먼저 영주권을 받은 선배들이나 주변인들에게 이런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이 말에 대한 제 개인적인 대답은 단호하게 "NO"입니다. 영주권이 생기면 여러분의 삶은 분명 변할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180도 변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45도 정도는 확실하게 꺾여서 올라갑니다.
애틀랜타 미드타운이나 실리콘밸리에서 거액을 주고 모셔가는 빅테크 능력자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조지아와 앨라배마의 제조업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저와 제가 본 동료들, 바로 우리 같은 '남부 일반인'들의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1. 영주권 이전: 눈물 젖은 학생비자와 협력사 시절. 대학을 졸업하고 OPT나 학생비자로 아슬아슬하게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우리들의 모습은 다들 비슷했습니다. 비자 스폰서가 절실하기에 남부의 1차, 2차 협력사에 들어가 다들 고만고만한 월급을 받으며 지냅니다.
- 렌트비 아끼려고 아파트에서 룸메이트와 방을 쉐어하고,
- 회사가 연말 보너스로 기프트 카드 주면 그것만으로도 좋아하고,
- "원래 비자 스폰해 주는 회사는 다 이런 거야"라며 서로를 위로하고 다들 비슷비슷하게 살았던 시절입니다.
2. 영주권 이후: 출발선. 인고의 시간 끝에 영주권 카드가 손에 들어온 순간, "변하는 게 없다"던 주변 사람들의 말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완전히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영주권이 생기고 1~2년 정도가 지나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변화는, 내 옆자리의 동료들이 하나둘씩 다른 무대를 향해 떠난다는 점입니다. 신분 문제가 해결되면 이제는 시장에서 정당한 내 가치를 평가받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 OEM 입성: 협력사 직원에게는 늘 높아만 보였던 완성차(OEM) 기업으로 이직합니다.
- 글로벌 기업으로: 조지아를 넘어 텍사스, 미시간, 캘리포니아로 자유롭게 이주하고, 삼성과 같은 한국의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으로 뿔뿔이 흩어집니다.
3. "이제 출발선에 섰다"는 말의 진짜 의미. "영주권 받아봐야 이제 출발선에 선 것뿐이다"라는 말, 사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꼭 기억해둬야 할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서 있던 곳이 출발선 한참 뒤였다는 사실입니다. 남들과 동등한 출발선에 서게 된 것만으로도 여러분의 삶은 이미 45도 바뀐 것입니다.
신분 문제 때문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던 우리가, 이제는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출발선으로 올라온 것입니다. 원하는 회사에 지원해서 "안 뽑아주면 말고!" 하는 배짱을 부려보고, 연봉 협상도 당당하게 하고, 내 집을 사고,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자유롭게 이주하는 것. 이러한 것들이 모여 이미 삶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협력사에서 묵묵히 일하며 캘린더의 날짜만 지우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부정적인 말에 흔들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흘리고 있는 땀과 버텨내는 시간은 결코 배신하지 않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영주권을 받아서, 여러분만의 아메리칸드림을 이루시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