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와 조지아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다 보면, 직장이나 학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거리 연애(롱디)를 시작하는 커플들을 보게 됩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롱디 커플은 사실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험난한 길을 뚫고 결혼에 골인하는 커플들을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아주 명확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남부 지역의 장거리는 사실 그 스케일이 남다릅니다. 가깝게는 몽고메리에서 어번을 오가는 50분 코스(왕복 2시간)부터, 금요일 퇴근길 I-85의 끝없는 트래픽을 뚫고 어번에서 애틀랜타를 가로질러 둘루스까지 올라가야 하는 중거리 2시간 코스(왕복 4시간), 더 나아가 둘루스에서 사바나와 같이 차로 4~5시간(왕복 10시간)을 내리 달리거나 혹은 애틀랜타 공항에서 타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만 만날 수 있는 초장거리까지 다양합니다. 이동하는 데에만 하루의 반나절이 날아가는 이 엄청난 물리적 거리는 두 사람의 멘탈과 체력을 끊임없이 시험합니다.
이런 극한의 환경에서 장거리 연애가 깨지는 가장 흔한 이유는 첫째도 장거리, 둘째도 장거리입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듯이 먼 거리로 인해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게 되면 서로에 대한 마음이 점점 옅어지면서 결국 헤어지게 됩니다. 여기에 장거리라는 물리적 한계 못지않게 치명적인 것이 바로 한쪽으로 치우친 희생에서 오는 서운함입니다. 처음에는 사랑의 힘으로 한쪽이 매주 운전대를 잡으며 피곤함을 감수하지만, 어느 순간 이 수고로움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게 되면 찾아가는 쪽은 체력적 한계와 함께 억울함이 쌓이게 됩니다. 결국 왜 항상 나만 이렇게 노력해야 하지라는 심리가 발동하면서 일방통행으로 끝나는 희생은 이별의 씨앗이 되고 맙니다.
반면, 결혼까지 가는 커플들의 가장 결정적인 공통점은 만남을 위한 물리적인 노력을 나누는 배려에 있습니다. 단순히 '저번 주에 내가 갔으니, 이번 주는 너가 올래'라는 식의 기계적인 1:1 교대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상황을 먼저 헤아리는 유연한 배려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상대방이 회사 일이나 야근으로 체력이 방전되었을 때, 이번 주는 네가 많이 피곤하니까 운전대 잡지 마. 내가 갈게라며 기꺼이 자신의 수고를 더하는 헌신적인 유연함입니다. 물리적 거리를 상쇄하는 것은 결국 이러한 심리적 거리 좁히기입니다.
서로 찾아가는 경험이 중요한 진짜 이유는, 상대방이 나를 만나기 위해 길 위에서 버리는 시간과 체력의 무게를 직접 겪어보고 온전히 공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접 금요일 저녁 막히는 고속도로를 뚫고 운전해 본 사람만이, 상대방이 도착했을 때 그 먼 길 오느라 진짜 고생했다라는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넬 수 있습니다. 주말마다 엄청난 주유비와 비행기 티켓값, 그리고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을 기꺼이 반납하는 이 엄청난 기회비용은 웬만한 사랑과 확신 없이는 지속할 수 없는 투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인들 사이에서 이 험난한 앨라배마, 조지아에서 롱디를 견뎌내고 마침내 청첩장을 돌리는 커플을 옆에서 지켜보면, 의례적인 축하를 넘어 진짜 대단하다, 정말 인정한다라는 찐 감탄사가 터져 나옵니다. 주말마다 하이웨이에 쏟아부은 그들의 피, 땀, 눈물을 옆에서 똑똑히 지켜봤기 때문이죠. 실제로 주변에 롱디 연애를 거쳐 결혼까지 골인한 커플들을 돌이켜보면, 옆에서 지켜보던 지인들이 입을 모아 "정말 대단하다", "진짜 사랑꾼들이다"라고 칭찬했던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연애 시절 끝없는 하이웨이를 번갈아 달리며 서로의 수고를 덜어주려 했던 그 마음가짐이라면, 결혼 생활에 닥쳐올 어떤 장애물도 그들에겐 그저 또 하나의 지나가는 하이웨이일 뿐일 것입니다. 혹시 지금 끝없는 남부의 고속도로를 달리며 장거리 연애를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그 끈기와 아름다운 배려에 진심 어린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