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나 조지아 외곽 지역에서 생활하다 보면, 삼삼오오 모인 술자리에서 심심치 않게 이런 푸념들이 오가곤 합니다.

"아... 내가 이 시골 바닥이 아니라 애틀랜타나 서부 캘리포니아, 뉴욕 같은 대도시에 살았으면 지금쯤 훨씬 좋은 직장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있을 텐데."

"아니, 내가 차라리 한국에 살았으면 이러고 살지는 않았을 텐데."

"여긴 뭐 주말에 갈 데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연애를 못 하는 거야. 도시에 살았으면 진작에 좋은 짝 만났을 텐데..."


주변에 종종 발전이 더딘 이유나 현재의 불만족스러움을 환경과 지역 탓으로 돌리곤 합니다. 시골 같은 남부의 인프라가 나의 엄청난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핑계,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거나 속으로 생각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늘 만나면 함께 불만을 토로하던 친구가 어느 순간부터 깨달음을 얻었는지 더 이상 그런 푸념을 쏟아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습관처럼 지역 탓을 하는 지인에게 정색하며 이렇게 한 마디를 던졌다고 합니다.


"다른 대도시에 살았어도, 아니 한국에 살았어도 분명 똑같이 불평했을걸? 지금 살고있는 여기에서 못 해내는 사람이면, 어딜 가도 결국 똑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불평불만만 쏟을 거야."


듣는 순간 머리를 둔기로 세게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참으로 뼈저리게 맞는 말입니다.

대도시에 가면 엄청난 기회와 인연이 마법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질 것 같지만, 막상 그곳에 가면 환경이 변하는 만큼 살인적인 렌트비와 물가, 치열한 경쟁, 꽉 막힌 트래픽을 탓하며 또 다른 불평을 만들어내고 있을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부족했던 것은 화려한 도시나 완벽한 환경이 아닐 것입니다. 지금 주어진 이 조용하고 조금은 심심한 남부의 일상 속에서도 어떻게든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려는 의지와 실행력이 부족했던 것이죠.

이곳 앨라배마나 조지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고, 여기서 사람을 만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서 그저 장소만 바뀐다고 인생이 하루아침에 업그레이드될 리 없다는 묵직한 진리입니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살고 있는 이 남부 지역은 핑곗거리를 찾기 좋은 곳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고 내실을 다지기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베이스캠프일지도 모릅니다. 어딜 가도 잘 해낼 사람은, 결국 지금 여기에서도 잘 해내는 사람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