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 직장 생활하며 점심시간만 되면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이게 단순히 어느 특정 식당의 문제나 한식당만의 가격표 때문이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파도가 덮친 이후, 이제 미국에서 제대로 된 식사다운 식사를 밖에서 하려면 어디를 가든 팁과 세금을 포함해 $20이 넘는 마법의 숫자를 마주해야 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둘루스에서 런치메뉴 먹을수 있는 직장인들 부럽습니다.)


물론 $10 이하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프랜차이즈 버거나 서브웨이 샌드위치 같은 것들이 있죠. 하지만 그건 싼 맛에 혹은 시간이 없어서 한 끼 때우는 용도지, 한식을 매일 먹고 자란 우리에게 샌드위치나 버거는 배가 부르긴 하지만 뭔가 식사라고 하기엔 2% 부족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제대로 된 식당에 가서 번듯한 점심 한 끼를 먹으면 팁 포함 $20이 넘어가는 것이 지금의 냉혹한 현실입니다.

든든하게 국밥 한 그릇, 혹은 제육볶음 한 접시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매일같이 점심 한 끼에 $20씩 태우는 건 도저히 효율이 나오지 않는 구조입니다. 일주일이면 $100, 한 달이면 $400이 훌쩍 넘는 돈이 오로지 점심이라는 한 단어 아래 증발해 버리니까요. 이 돈이면 401k에 더 넣거나, 혹은 주말에 여자친구 혹은 가족들과 훨씬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계산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돌아갑니다.


결국, 우리는 자발적이면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지난 밤 미리 싸놓은 반찬을 챙기고, 주말이면 쉬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일주일치 점심을 미리 준비하는 밀프렙에 뛰어듭니다. 이게 단순히 부지런해서가 아닙니다. 밖에서 사 먹는 밥값이 주는 그 심리적, 경제적 압박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예전처럼 식당에 앉아 서빙을 받으며 여유롭게 점심을 즐기던 풍경은 점점 귀한 구경거리가 되어가고, 이제는 사무실 책상 앞이나 카페테리아에 앉아서 소박하게 먹는 도시락이 우리네 이민 생활의 가장 현실적인 자화상이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불필요한 지출 없이 점심을 해결했다는 그 소박한 성취감이, 우리가 내일 아침에도 다시 도시락 가방을 챙기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직장인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