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의 고요한 일요일 아침, 그 적막을 깨고 들려오는 한 남자의 깊은 한숨 소리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앨라배마에서 싱글 남성으로 산다는 것은 마치 광활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고행과 같습니다. 회사-집-마트라는 철의 삼각지대에 갇혀 지내다 보면, 어느덧 대화 상대라고는 구글 어시스턴트나 테슬라 내비게이션뿐인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K군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금요일 밤마다 넷플릭스와 대화하는 삶에 지친 그는, 결국 앨라배마 청년들이 대물림해 온 금기된 전설을 떠올립니다.


그래... 앨라배마의 인연은 모두 교회로 통한다던데...그 길밖에 없는 것인가..

평소 일요일이면 늘어질대로 잠을 잤겠지만 그날만은 달랐습니다. 평소 보기 힘들었던 깔끔한 모습으로 당당히 지역의 한 대형 교회로 향했습니다. 혼자 교회로 간다는 것이 얼마나 긴장되었을까 하지만 부푼 기대를 안고 예배당에 들어선 K군. 조용히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설교를 듣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예배가 시작되고, 인자해 보이시던 목사님이 강단에 오르셨습니다. 안경을 한 번 고쳐 쓰시더니, 갑자기 장내를 압도하는 목소리로 포문을 여셨습니다.

"성도 여러분! 최근 우리 교회에 새로운 청년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목사님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습니다. 맨 앞줄에서 경청하던 K군은 왠지 모를 서늘함을 느꼈죠.

"여러분이 하나님을 경배하러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니라, 단지 이성을 만나기 위한 불순한 목적으로 이 거룩한 성전에 발을 들였다면! 그런 분들은 오늘 당장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그런 마음으로는 올 필요가 없습니다!"


마치 K군의 속마음을 엑스레이로 찍어낸 듯한 정밀 타격이었습니다. 목사님의 사자후는 예배당 천장을 때리고 K군의 양심을 정면으로 관통했습니다.

'어...뭐야.. 나... 나 부르시는 건가? 아니, 나는 그냥... 겸사겸사...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아무도 그를 보지 않았지만, 주변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 K군은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었습니다. 설교 내내 "당장 돌아가라"는 목사님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고, 그는 축도가 끝나자마자 교회 밖을 빠져나왔습니다.


결국 K군은 그날 이후 다시는 교회 문턱을 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는 일요일이면 조용히 집에서 '주님' 대신 '유튜브님'을 영접하며, 가끔 술잔을 기울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야.. 앨라배마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