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던 송창현 사장(42dot CEO 겸 AVP 수장)이 최근 사의를 표하면서,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전략(SDV, 자율주행)이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몸담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 방향성이 걸린 문제이기에 현장의 분위기를 정리해 드립니다.

1. 현대차 내부의 'IT vs. 기계' 전쟁 발발

송창현 사장은 네이버 CTO 출신으로, 2022년 현대차에 42dot이 인수된 후 그룹의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략을 총괄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재임 기간은 기계 전문가(기존 엔지니어)'와 IT 전문가(42dot) 간의 갈등으로 점철되었습니다.

  • 기존 엔지니어들의 불만: 기존 엔지니어들은 IT 전문가들이 애자일 조직 구조나 상향식 의사결정같은 이상적인 이야기만 하고, 도대체 뭘 만들어서 보여줄 거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기계는 안전이 최우선이라 버그가 용납되지 않지만, IT는 빨리 오픈하고 업데이트하자는 마인드셋의 차이가 충돌한 것입니다.
  • 불공정한 구조: 송 사장은 42dot을 그룹에 합병하지 않고 자회사 형태로 유지하며, 기존 남양 연구소 등의 조직을 42dot 밑에 두는 방식으로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했습니다. (심지어 송 사장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42dot 지분 매각을 통해 1,500억~2,500억 원 상당의 큰 이익을 취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2. 5년간 수천억 투자, 그러나 결과물은?

송창현 사장은 정의선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와 함께 수천억 원의 투자금을 사용했지만, 결과적으로 약속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의 현실:

  • 청계천 시범 운행 사태: 과거 청계천에서 포티투닷의 자율주행 셔틀을 시범 운행했지만, 운행 구간의 80% 이상을 사람이 직접 운전해야 하는 '반자율 주행' 수준이었습니다.
  • 레벨 3 무산: 레벨 3 자율주행 탑재가 예정되었던 G90, EV9 등에도 결국 기술적 문제로 탑재되지 못했으며, 기존에 개발했던 기술까지 모두 스크랩되어 버려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SDV의 혼선: 송 사장은 자율주행 대신 소프트웨어 서비스(인포테인먼트)를 강조하며 플레오스(Pleos) 같은 시스템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외부 물류 회사의 기존 관제 시스템과 프로토콜이 맞지 않아 활용이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3. 시장의 반응: "차라리 잘됐다" (주가 급등)

송 사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자, 현대차 주가가 이틀 만에 약 20% 급등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시장과 내부 관계자들이 그의 전략에 대한 회의감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방증입니다.

  • 내부 쾌재: 현대차 내부에서는 이대로 7년 10년 삽질할 뻔했는데, 리스크를 빨리 털어냈다며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가 컸다고 합니다.
  • 송 사장의 메시지: 퇴사 직전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도 나는 피해자였고, 레거시 조직과의 충돌 때문에 성과를 못 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내부의 비판을 더욱 키웠습니다.

4. 앞으로 현대차의 자율주행 전략은?

송 사장이 떠났다고 해서 SDV나 자율주행의 방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글로벌 전체적으로도 완전 자율주행(레벨 4 이상)에 대한 기대가 조정되는 '현실적 재평가'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 모셔널 지원 강화: 현대차는 미국 앱티브(Aptiv)와의 합작사 모셔널(Motional)에 10억 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며 로보택시 플랫폼을 계속 밀고 있습니다.
  • 외부 협력 강화: 42dot에 의존하기보다는, 엔비디아(Nvidia)나 샤오펑(Xpeng) 등 외부 기술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칩셋과 가상 학습 공간을 제공하는 엔비디아와의 협력 확대가 유력해 보입니다.
  • 당장의 포커스: 당분간은 레벨 2 + ADAS 고도화와 수익성이 확실한 B2B 서비스형 자율주행(로보택시, 플릿) 중심으로 전략을 재정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론: 이번 사태는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테슬라처럼 컴퓨터 같은 차'를 만들려던 모든 레거시 OEM들이 겪는 성장통입니다. 현직 엔지니어들은 이 혼란기를 딛고, 그룹이 재정비할 현실적인 SDV 로드맵에 맞춰 하드웨어와 제조 기술을 최적화할 준비를 해야 할 시점입니다.